리스트의 사랑의 꿈이라는 곡이 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리스트가...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 데 재력차이인가 신분차이인가 뭐시기 때문에 결국 이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썼습니다 근데 지금은 그게 뭐였는 지 기억이 안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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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심코 쳐다본 책꽂이에는 리스트의 악보가 가득했다.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며 낭만파 음악을 싫어하는 아버지를 위해 칠 곡은 남아있지 않았다. 가끔씩 억지로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할 때에 대비해, 혹은 예전에 연습했을 때 썼었던 악보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사 모은 악보들 사이를 뒤지고 펼쳐보아야, 어느세 색이 바래진 옛 악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여기에 있었나. 본 색깔을 잃은 종이와 옅은 잉크가 얼마나 내버려두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그러고보니 그녀를 만나고 나선 이 곡들을 연주한 적이 없지. 그녀를 위해 곡을 친 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도, 악보만은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사모아 놓았다. 이건 마치 애정표현을 못하는 어리숙한 소년과도 같지 않은가. 꽃을 좋아하는 소녀를 위해 꽃을 열 아름 사다놓았지만 결국은 건네주지 못하는 것 처럼. 멍청이 같긴. 눈에 띄는 악보를 하나 꺼네 펼쳐보면, liebestraum라고 시커먼 글자가 써있다. 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곡. 그런데도 나한테 연주하지 말라고 한 곡. 음악실에서, 그녀는 내게 가장 좋아하지만 나한테만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곡이라고 말했지. 그리고 나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또한 스스로의 말이 창피한 듯 횡설수설하게 이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했지.

 

 

 

 

그녀는 내게 말했다. 만약 그런일이 있으면 어떻게 할거냐고. 평소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자주 하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질문에 별 다른 반응 없이 몰라. 라고 대답했다. 좀 진지하게 대답해봐. 보통 이맘 때쯤이면 이정도 반응에 포기할 텐데. 끈질기게 내 대답을 기다리는 눈동자가 기특하기도 해서.

 

"그 전에, 주변에서 나랑 딱 맞는 여성과 만날거야."

 

무심하게 그 한마디를 대답해주었다. 그 때 그녀의 표정은 어땠더라. 리스트의 실연의 아픔만큼 씁쓸한 미소를 띄웠던거 같기도 하고, 변함없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던거 같기도 하다. 왜 그렇게 웃고 있었는 지, 당시에는 묻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저 내 심기가 불편해지는 얼굴이나 말에만 신경쓰고 있었지, 지금은 다르지만.

 

 

만약, 그녀가 다시한 번 물어봐 준다면. 이번에는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그저 아무런 말 도 못할 것이다. 운을 띄우다간, 심심찮게 수도사로는 평생 살지 않겠다고 말하겠지.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릴 용기는 있지만, 그녀에게 그 진심을 전할 용기는 가지고 있지 않다. 상상속에선 그녀와 함께 열차를 타고 어느 먼 이국으로 떠나고 말겠지.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나와 그녀는 열정적인 연인도 아닌 그저 우호적인 친구관계일 뿐. 우정의 껍데기를 쓴 애정을 갖고있는 건 나뿐일 것이다. 분명히.

 

 

피아노 커버를 열어, 악보를 펼치고 1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 말했다. 이 곡은 나를 젊게 만들어 준다고. 젊었을 적 그 애틋한 사랑을 다시 끓게만드는 만든다고.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피아노 소리가 점점 아름다워질 수록 가슴은 그녀에 대한 애틋함으로 고통스러워 지는 듯하다. 내가 그 노인의 나이가 될 무렵엔, 과연 나는 이 곡을 듣고 무엇을 떠올릴까.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일까. 내 아내가 되어있는 그녀일까. 허황한 망상이 끝을 치닫으면, 황당함이 목구멍을 치솟고 나올것만 같아 건반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바보짓도 정도껏 해야지. 스스로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상처입은 자존심에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여보세요?"

"나다. 너, 지금 시간 괜찮아?"

"괜찮은데, 왜?"

"다음 주 일요일 비었으면, 우리집에 오지 않겠어?"

 

 

짜증이 가득한 가슴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차분해진다. 아니, 기분이 나빠졌던 때와 반대로 높게 뛰지만. 사랑이란 어떻게도 이렇게 단순한 것에 반응하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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