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내용은 생일과 1도 관련 없지만...

이건 4년 전 소설이네

아카기랑 같이 학생회...였던가 함튼 그런 드림주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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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나즈막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주머니 속 깊게 손을 넣었다. 옆에서 그녀가 혼잣말을 들은 듯 그렇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칼처럼 매섭게 부는 겨울바람따윈 모르는 듯 버스는 머리끝도 보이지 않았다. 곧 비가 올것같은 하늘이 울적하기만 했다. 이미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 그녀의 옆에 조금 떨어져 나도 서있던 다리를 풀어놨다. 윗단추까지 꽁꽁잠근 교복 마이속으로 찬 바람손길이 느껴진다. 

 

 

"그나저나...학생회도 참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네."

"맞아. 모처럼 오전수업만 하는 날인데"

"뭐, 수험생이나 되놓고 학생회에 얼굴 내민게 잘못이긴 하지만."

 

 

아카기군이 날 끌고 간 거 잖아. 하교하던 중 우연히 나와 마주쳐 반강제로 학생회실에 끌려간 일을 떠올리는 듯 그녀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하, 짧게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면 못 이기겠다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났다.

 

 

"이번 회장 말이야, 그 1학년이 되었다며? 이름이 뭐였더라..."

"콘노?"

"어, 아 응. 좀 의외더라."

"왜?"

"분위기는 딱 학생회장인데, 원래 그런 애들이 굳이 하는 거 싫어하잖아."

 

 

난 당연히 출마 안할거라 생각했는데. 등떠밀렸나. 그녀가 중얼거리면서 신발코로 바닥을 툭툭 쳤다. 짧게 그 소리가 멈췄지만 왠지 그 모습이 내겐 앙증맞아 보였다. 흠, 딱히 떠밀린거 같진 않던데. 맞장구를 쳐주며 시선을 얼굴로 옮기면 그녀가 의외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았다. 하지만 그다지 놀라보이진 않았다.

 

"음, 그래?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로 맘먹은 계기가 있었나 보지."

"뭐, 갑자기 라이벌 출현해서 의지를 불태웠다던가."

"아하하, 그건 너무 드라마틱하다."

 

 

시시껄렁한 농담에 그녀가 꺄르륵 웃어주자 분위기에 맞지 않는 차가운 비가 아스팔트를 천천히 적시기 시작했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무시할 수 없는 소리로 번지면, 우리는 서로를 한번 바라보고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 손을 쓱 바깥으로 내밀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그녀의 손에 빗방울이 투둑하며 떨어져 고이기 시작했다. 비가 꽤 올거 같은데. 그녀는 한번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손에 고여있던 빗물을 털면서 벤치에 다시 앉았다. 따뜻한 그녀의 손은 비에 젖어 얼음장보다 차가워졌을지도 모른다.

 

 

"이래서야...걸어갈 수도 없겠는데?"

"버스는 아직 멀었나?"

"비가 급작스레 오니까, 사람들이 너도나도 버스에 타서 더 늦어질 지도 몰라."

 

 

하여간. 꼭 이럴때만 비가온다니까. 옆에서 그녀가 짜증을 부리며 한숨을 쉬었다. 신경질난 그녀의 목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내 귀를 때렸다. 악의가 없는 말인 건 안다. 하지만 그녀의 짜증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게 짜증내지마. 그렇다고 별로 달라지는 건 없잖아."

"뭐? 딱히 그렇게 짜증내진 않았어. 아카기군이 화낼 이유는 없잖아."

"화 안났어. 니가 너무 신경질적이게 말하니까, 듣는 사람도 기분이 나쁘잖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애초에, 아카기군이 학생회에 얼굴 내밀어서 그런거 잖아."

"일이 있어서 그런거잖아. 그렇게 짜증이 났으면 따라오지 않았으면 됐잖아."

"왜 말을 그런식으로만 해?

"너한테 그런 소린 듣고 싶지 않아."

"됐어!!"

 

 

큰 소리와 함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정류장을 나와 인도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보며 심하게 당황했지만 목소리에 드러내지 않으며 말했다. 지금 비 오는데. 하지만 돌아오는 건 건조하게 그냥 갈거야 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아, 또 싸우고 말았어. 자포자기 심정으로 머리를 쥐어싸며 고개를 숙였다. 빗소리만 들려오는 정적과 차갑게 옆구리를 매만지는 한기가 후회를 더욱 부추기는 것 같았다. 발랄하게 웃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따뜻한 온기는 옆에 없었다. 지금쯤 그녀는 그 차가워 보였던 손보다 더 추운 어깨를 움츠리며 뛰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쫓아갈까. 하지만 오히려 내 얼굴을 봐서 그녀가 더 화를 낼지도 모른다. 아마 지금쯤 그녀가 가장 보고싶지 않은 사람은 바로 자신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그녀를 저 빗속으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감기에 걸릴텐데, 12월 초의 겨울날씨는 무정하게도 차가운 비만 내리고 있다.

 

 

비에 젖은 것 처럼, 주머니에 넣은 양 손은 어느샌가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보다 더한 차가움을 온몸으로 젖으면서 집에가고 있을텐데. 그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점점 차가워진다.

 

쫓아가자. 옆 자리에 놓은 가방을 들어 자리에 일어나려 하면,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자 여기. 하고

따뜻한 무언가를 내게 던져주었다. 보기 좋게 물건을 받고 그 정체가 캔커피라는 걸 이해하면 방금전 화를 내며 사라졌던 그녀가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어...? 이거..."

"응, 캔커피. 마침 요 앞에서 핫 음료 팔더라구."

"...간 거 아니였어?"

"그냥 왔어."

 

 

또 다시 빗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나를 감쌌지만 아까처럼 후회감이 몰려오지는 않았다. 겨울바람도 차갑지 않았다. 캔커피를 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그녀에게 받은 캔커피의 온기에 의지하며 차가워진 손을 녹이고 있었다. 옆 눈으로 힐끔 쳐다본 그녀의 손도 마찬가지 였다. 우린 서로가 말이 없었다. 빗방울만 바닥을 때리고 있던 조용한 순간, 그녀가 먼저 목소리를 내었다. 아까보다 세게 캔커피를 잡는 그녀의 손은 차가워보였다.

 

"아까 짜증내서 미안해."

"아니...나야말로...먼저 언성 높인건 나니까."

"그래도,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아카기군이 기분나빴을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캔커피처럼 따뜻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저도 모르게 살짝 따라웃어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푸념하듯 사과를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안, 늘 항상 이런 식이야. 남들한테 말실수를 자주하고...생각없이 심한말을 해버리는데도 자각없거나 곧바로 깨닫지만...생각만큼 고쳐지지가 않아..."

"응, 알고 있어. 그리고 곧바로 후회하는 것도."

"그거야..."

"그러면 됐어. 다음날 사과하면 돼."

"......"

"말은 가끔 이렇게 나쁘게 말하지만 아카기군은 사실 상냥한 사람이니까."  

 

 

또 그녀가 나를 보며 따뜻하게 웃는다. 빗속을 달리고 있던 그녀를 상상하며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카기군의 그런 점을 알면서도 어른스럽지 못한 나도 잘못이 있어. 그녀가 이번엔 짖궃게 웃으며 장난스러운 말을 꺼냈다. 정말 하여간. 조금 빈정상하는 말이여도 왠지 도는 안도감에 가벼운 콧바람이 나왔다. 그녀는 아하하 거리며 소리내어 웃었다.

 

 

"고마워."

"응?"

"아니, 이거."

"...어? 캔커피 안 마셔?"

 

 

아니, 니 손이 차가워...보여서. 손에 쥐고 있던 아직 식지않은 캔커피를 그녀에 한손에 쥐어주며 미소지었다. 비에 젖어 차가울 그 손이 캔커피에 녹아내렸으면 했다. 그녀를 본 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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