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적인 태도라던가, 상대방의 눈살을 찌풀이게 하는 말투라던가, 내려다 보는 시선. 말 그대로 도저히 타인에게 호감을 살만한 인상이 아닌 그를 얼랭이는 좋아했다. 이따금씩 얼랭이에게 누군가 왜 그를 좋아하냐고 물어봤지만, 뭐 별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얼랭이와 이츠키의 마음이 통하냐는 것이다.


마음을 주고 받는 관계야 말로 가장 행복한 관계라 할 수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얼랭이는 이츠키의 눈이 자길 향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얼랭이를 대하는 이츠키 슈의 태도를 보면 그녀의 확신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친절과 관심을 끊임없이 베푸는 게 세간의 사랑이니까. 그러나 이츠키의 행동은 아니였다. 나즈나와 함께 있을 땐 시선은 늘 먼저 그를 향하고,  입술도 타인을 먼저 부른다. 


이츠키 슈가 사람을 꺼리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얼랭이를 대하는 그 모습은 그가 그녀를 무시하지 않는 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 뿐이였다. 사랑은 턱 없이 부족하다. 이츠키의 주변인들이 얼랭이에게 그걸로 만족하냐는 걱정에 얼랭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무심한 얼랭이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맹목적인 사랑을 얼랭이가 부담스러워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부 다 아니다.

아무도 얼랭이와 이츠키 슈에 대해선 모른다.


물론 얼랭이는 이츠키가 자신을 방치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았다. 무관심하게 자신을 대하는 눈은 아주 멋있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제일 좋은 것은, 그의 세계에 얼랭이 혼자 들어왔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이츠키의 눈동자였다.


방과 후, 이츠키와 얼랭이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수예부 부실. 바람결에 따라 움직이는 커튼은 노을색으로 물들어간다. 열린 창문 너머로 학생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바느질을 하고있는 이츠키를 얼랭이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올라간 눈매는 언제나 멋있었지만 무언가에 집중하는 그 눈은 더욱 멋있었다.

음,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얼랭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곧 자신을 바라 볼 그 눈동자를 떠올리면 심장이 고동친다.


얼랭이의 시선을 눈치챈 듯 이츠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둘만 남겨진 공간. 마치 세상엔 둘 밖에 없는 듯 했다. 이츠키는 들고 있던 바늘과 천을 내려놓곤 손을 뻗었다. 이리 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을 하는 이츠키를 향해 얼랭이는 다가갔다. 그의 곁에 앉아 시선을 올려다본다. 해가 저무는 이 시간, 달과 함께 별들이 하늘을 곧 비추겠지. 그와 함께 이츠키의 눈에서 세상이 저물어 갔다. 그리고 그의 사랑이 떠오른다. 자신만이 담겨진 눈동자가 얼랭이를 향해 휘어진다. 얼랭이도 따라 웃었다.


아무도 얼랭이와 이츠키 슈에 대해선 모른다. 그들의 사랑은 세상이 없는 곳에서 은밀히 나누어 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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