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안은 조용한 공기만이 흘렀다. 누군가 없는 것은 아니였다. 얼랭이와 오이카와, 이 둘이 남겨져 있었지만 둘 사이에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다.

정말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일이 일어났다. 둘은 지금도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 싶었다. 매니저 얼랭이가 체육창고를 혼자 청소하고 있길래 조금 도와줄까 싶어 오이카와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와 친한 사이는 아니고, 오히려 어색한 사이이지만 그 고생을 지켜보기엔 오이카와는 냉정한 성격은 아니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쓰는 창고이니까, 손이 남길래 빌려주려고 한 것 뿐이였다.


창고 안에 오이카와가 들어온 걸 눈치 챈 얼랭이는 놀란 듯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뭐 청소하고 있어? 도와줄까? 그런 말을 내뱉기엔 약간 껄끄러워서, 오이카와는 조용히 얼랭이가 있는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 때였다. 갑자기 창고 문이 닫힌 것은.


문 고장났으니까,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굳게 닫힌 문을 보며 오이카와와 얼랭이는 부원들으 하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지금 이 문은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 둘은 꼼짝없이 이 공간에 같히고 만 것이였다!


그렇다고 그닥 급한 상황은 아니였다. 핸드폰이 있었으니까. 부원들에게 연락을 돌려 학교 근처에 남아있는 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안 있으면 곧 사람이 올 것이다.


그러나 마냥 속편한 상황은 아니였다. 특히 같이 있는 상대는, 불편한 사람이였으니까.


싫다거나, 짜증난다거나, 기분나쁜 건 아니였다.

그러나 얼랭이는 오이카와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늘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머금는 그는 자신에겐 쌀쌀맞았으니까. 친근감있게 남을 대하는 그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었다. 왜 그는 자신을 싫어하는 건 진 알 수 없지만, 그 누가 자길 싫어하는 사람에게 웃으며 다가갈 수 있겠는가? 때문에 얼랭이는 오이카와가 어려웠다.


하지만 오이카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얼랭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눈에띄는 타입은 아니였으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성격 덕에 그녀는 부원들과 잘 어울렸다. 그러나 얼랭이는 오이카와에게 거리를 두며 다가가지 않았다. 꺼리고 있다는 말이 옳을 지도 모른다. 그녀가 왜 자신을 불편해 하는 진 모르겠지만, 좋아하지 않는 다는 건 확실하였다. 아무리 여자들에게 친절한 오이카와였지만, 딱 봐도 저를 탐탁지 아니하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진 못했다.


부원은 언제 쯤 올까? 분명 학교 근처에 있다고 했으니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테지만, 가시방석 같은 이 분위기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진 모르겠다. 얼랭이는 오이카와의, 오이카아는 얼랭이의 눈치를 보며 침묵을 유지하였다. 고장난 창고 문 처럼 굳게 닫힌 그들의 입술은, “내가 혹시 무슨 잘못했어?” 라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허나 아무말 없이 이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얼랭이와 오이카와, 둘 다 곤란하였다. 창고 문이 열리고 드디어 탈출한 서로가 두 번 다시 안 볼 사이라면, 얼마든지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참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다. 둘은 이 창고를 나간다 해도 내일이면 다시 얼굴을 마주봐야 할 사이이다. 오이카와는 배구부의 주장으로써, 얼랭이는 배구부의 매니저로써. 서로가 졸업을 하기 전까진 계속 만나야 하는 사람이다.

피할 수 없는 관계이며 피해서도 안되는 관계이다.


얼랭이는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나갈 큰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다른 부원들에겐 능청맞게 구는 오이카와는 역시나 무뚝뚝하다. 아마 자신과 함께 있어서겠지. 그 태도에 자꾸만 주눅이 들고 그를 피하게 되고 만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어색함을 유지할 순 없다. 부원들도 오이카와와 얼랭이의 사이를 슬슬 눈치채고 있으니까. 부원들을 챙겨야 하는 매니저가 오히려 그들의 걱정을 시키는 건 우스운 일이다. 얼랭이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오이카와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저...너 나 불편해?”


너무 적나라한 질문이였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였다. 돌려 말하는 것 보단 피할 길을 없애는 게 훨씬 낫다. 얼랭이는 놀란 듯 점점 눈동자를 크게 뜨는 오이카와의 답을 기다렸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 긴장되고 길었다.


“넌 왜 나 싫어하는데?”


그러나 오이카와는 질문으로 얼랭이에 말을 맞받아쳤다. 그리고 그 내용은 놀랄만한 것이였다. 자신이 오이카와를 싫어한다니! 말도 안된다. 오이카와가 자신을 싫어하는 거면 몰라도! 얼랭이는 저도 모르게 무슨 소리냐며 큰 소리를 내었다. 평소에 얌전한 그녀가 낼거라곤 상상조차 못할 크기였다. 얼랭이는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오이카와는 그 동안 얼랭이가 자신을 피해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얼랭이는 놀랬다. 오이카와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자신이 오이카와를 기피했던 건 사실이였으나, 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였다. 얼랭이는 오이카와에게 자신이 그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 지 얘기하였다. 오이카와는 또 놀란표정을 지었다. 얼랭이가 자신을 그렇게 오해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으니까.



배구부 부원이 도착해 창고 문을 열면, 얼마전까지 서로 서먹하게 굴던 얼랭이와 오이카와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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