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가 '모리스케' 라는 이름을 의식하기 시작한 건 오늘 낮부터 였다.

야쿠 모리스케. 시모카와 유카의 자랑스러운 남자친구의 이름이다.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사랑스러운 사람, 늘 자신에게 따뜻한 손길을 퍼붓는 다정한 소년.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외우고, 누군가가 속삭이면 어디서든지 귀를 쫑긋 세우고, 언제든지 입에 올리는 건 연인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즉 의식하는 건 세상의 이치, 사랑의 도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카가 모리스케란 단어를 의식하는 건 조금 다른 이유였다.


한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성이 아닌 온전히 그의 이름을 부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연인이 되고 나서도 조차!



유카와 야쿠의 사이가 안 좋은 건 절대 아니였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연인은, 이 세상에 서로밖에 없는 것 마냥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본다.

대낮에 학교에서 서로를 얼싸안을 용기는 커녕 아직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 조차 부끄럽지만,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 연인보다 짙은 빨강색이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은 큰 사건은 아니였다. 점심시간을 맞이해 야쿠의 반으로 갔던 유카가 그토록 신경쓰는 소년의 이름을 들은 것 뿐이였다.

조금, 아주 조오금 그 목소리의 주인이 여자애였다는 건 걸리지만. 사실 많이 걸리지만, 중요한 건 연인인 자신이 야쿠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부름을 통해 그녀는 그제서야 깨닫고 만 것이다.



그리고 야쿠 또한 자신의 이름을 담은 적이 없음을 떠올렸다. 늘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모카와, 라고 말했지만 한번도 유카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수줍게 야쿠와 손을 잡고 볼에 입맞춤을 하는 단계 까지 겨우겨우 도달했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연인의 이름을 불러도 되지 않을까?



물론 유카 본인은 언제든지 모리스케 선배, 라고 부르고 싶었다. 아무런 부끄럼을 보이지 않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또 세상 누구보다도 달콤하게 연인의 이름을 말하고 싶었다.



모리스케, 모리스케, 모리스케 선배...

말의 무게따위 있을리가 없는데, 단어를 입에 머금을 때마다 마치 입술에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단어는 이윽코 불꽃이 되어 유카의 얼굴위로 펑, 하고 터졌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사실 이렇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정말로 그에게서 자신의 이름을 듣고 싶다면 물어보면 될 것이다. 선배, 왜 이름으로 안 부르세요? 아니면 조금 투정을 부리며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하고 부탁하면 될 일이지. 그러나 이번만은 유카 자신이 먼저 모리스케를 부르고 싶었다.



손을 먼저 잡은 것도, 조심스레 뺨에 입을 맞춘 것도 야쿠가 먼저 해주었다. 아이들 속에 파묻혀 보일리 없던 자신과 눈을 맞춰 주었던 것도 야쿠였다.

그는 허리를 숙여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찾아내주었다.

모든 처음은 그가 늘 선사해주었다, 그렇담 적어도 그의 이름을 먼저 부르는 건 자신이 하고 싶었다.



"시모카와?"

"아, 네, 네! 듣고 있어요!"


그리고 때는 흘러 하교시간. 오늘도 야쿠는 자신의 연인을 데려다주고 유카는 얼마 안 있어 집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짐했던 의지는 시도조차 해내지 못했다. 하교길을 걸으며 대화가 끊긴 틈을 타 입술을 열어보려 했지만 쉽사리 떼어지지 않았고 조용해진 순간을 눈치 챈 야쿠가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였다.


한 낮의 태양만큼 뜨거웠던 결심은 해가 져물어가는 노을 빛마냥 바래졌다. 겨울을 타는 하늘은 어느새 샛별을 내보인다.

망설임을 비웃는 듯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은 집 앞에 우뚝 서 유카를 마중나왔다. 이제 그와 헤어질 시간이다. 작별을 건네려는 야쿠는 아쉬운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서, 선배! 저, 저기!"

"으, 으응?"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는 유카에게 놀란 듯 소년이 말을 더듬었다. 그 상황이 조금 부끄러워 소녀가 귀까지 빨게진 얼굴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야쿠가 허리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


"자, 자, 잘 가시라고...인사 하려고..."

"응, 그래. 잘 들어가고..."

"아뇨, 잠시만요..."


작게 웃음 소리를 내는 야쿠의 손이 유카에게 꼭 잡혀버렸다. 평소와 다른 그녀의 상태가 걱정되면서 궁금하기도 한 야쿠는 유카의 속을 알 길이 없었다. 유카는 조용히 속으로 주문을 외듯 사랑스런 이름을 불렀다. 모리스케 선배, 모리스케 선배, 모리스케 선배, 모리스케 선배, 모리스케 선배.


"조!"

"....조?"

"조심히...가세요...!"

"........."

"조심히 가세요, 모리스케 선배!"


설렘과 다짐, 사랑을 담아서 유카는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 야쿠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그래, 유카. 내일보자." 대답해주었다.


이 사랑스런 연인은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는 기쁨과 함께 그 설렘을 연인의 이름을 외면서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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